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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버지가 치핵으로 오래 고생하시는 걸 가까이서 지켜봤습니다. 오래 서 계시면 통증을 호소하시고, 화장실 다녀오신 뒤 얼굴이 굳어질 때마다 뭔가 잘못됐구나 싶었죠. 그런데 정작 아버지는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셨습니다. 치핵, 이름만 들어도 쉽사리 입에 꺼내기 어려운 병이지만 제대로 알고 있으면 충분히 관리하고 치료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원인과 증상 — 아버지를 보며 알게 된 것들
아버지는 술과 담배를 즐기시고,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시는 직업을 가지고 계십니다. 제가 처음에는 단순히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알아보니 치핵의 발생 원인은 그것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유전적 소인부터 잘못된 배변 습관, 변비, 음주에 이르기까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더군요.
치핵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내치핵은 항문 및 직장 안쪽의 치핵 조직이 항문 밖으로 빠져나오는 상태이고, 외치핵은 항문 바깥쪽 치핵 조직이 부풀어 올라 덩어리처럼 만져지는 상태입니다. 쉽게 말해 내치핵은 안에서 밖으로 밀려 나오는 것, 외치핵은 바깥에서 부풀어 오르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탈항이라는 증상도 있습니다. 여기서 탈항이란 치핵 조직이 항문 밖으로 빠져나와 손으로 밀어 넣어야 하거나, 심하면 평소에도 항문 밖으로 돌출된 상태를 말합니다. 아버지가 오래 서 계시면 아프다고 하셨던 게 바로 이 탈항 증상과 연관이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배변 시 선혈이 묻어 나오는 출혈도 치핵의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인데, 아버지에게서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던 걸 직접 목격했기에 더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골반 혈액 순환이 저하되거나 항문 주위 혈관에 울혈—혈액이 한 곳에 정체되어 뭉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치핵이 생기거나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출산 이후에도 증상이 지속되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걸 알고 나서, 이 질환이 특정 누군가만 걸리는 게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아버지 경우를 돌아보면 흡연과 음주 습관, 그리고 장시간 앉아 있는 직업 환경이 전부 치핵을 악화시키는 요인에 해당했습니다. 거기에 배변 시 과도하게 힘을 주거나 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까지 겹친다면 치핵은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 배변 시 과도한 힘주기 및 장시간 변기에 앉는 습관
- 변비 또는 만성 설사로 인한 항문 주위 압력 증가
- 음주와 흡연에 의한 혈관 및 점막 손상
- 임신·출산에 따른 골반 혈액 순환 저하
- 유전적 소인 및 장시간 앉아 있는 직업 환경
치료와 예방 — 수술보다 습관이 먼저입니다
처음에는 아버지께 수술을 권해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치핵 절제술 이후 재발 사례가 생각보다 많았고, 수술 후 회복 과정 자체가 또 다른 고통이라는 후기들이 눈에 밟혔습니다. 그래서 저는 습관 개선이 먼저라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습니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치핵은 증상과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집니다(출처: 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 경도의 치핵은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증상을 충분히 줄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보존적 치료란 수술 없이 섬유질 섭취, 충분한 수분, 규칙적인 배변 습관, 온수 좌욕 등으로 증상을 관리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아버지께 치질방석을 사드리려다가 요즘은 많이 나아지셨다고 하셔서 일단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항문을 따뜻하게 찜질하면 좋다고 하셨는데, 이게 바로 온수 좌욕의 원리와 같습니다. 좌욕을 하면 항문 주위 혈관의 긴장이 풀리고 혈액 순환이 촉진되어 부기와 통증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제 경험상 주변에서 치질 얘기를 꺼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그분들 대부분이 좌욕 하나만 꾸준히 해도 확실히 달라졌다고 하더군요.
물론 보존적 치료나 증상 치료로 차도가 없거나, 탈항이 심해져 손으로 밀어 넣어야 할 정도로 진행된 경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악화된 경우에는 외과적 수술이 불가피합니다. 경화제 주입 요법은 치핵 조직에 경화제를 주사해 조직을 굳혀 없애는 방법이고, 고무밴드 결찰술은 치핵 조직 기저부를 고무밴드로 묶어 혈류를 차단해 괴사시키는 시술입니다. 중증도 이상의 치핵에는 치핵 절제술, 즉 치핵 조직을 외과적으로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진단 과정에서는 직장 수지 검사가 기본적으로 시행됩니다. 직장 수지 검사란 의사가 손가락을 항문에 삽입해 직장과 치핵 조직 상태를 직접 촉진하는 검사 방법입니다. 또한 50세 이상이라면 치핵 출혈을 대장암·직장암에 의한 출혈과 감별하기 위해 대장 내시경을 함께 시행하기도 한다고 합니다(출처: 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
제가 이 모든 걸 조사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부끄러움 때문에 병원 가기를 미루다가 초기에 쉽게 잡을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치핵은 조기에 발견하면 약물 치료와 좌욕만으로도 충분히 잡을 수 있지만, 방치하면 결국 수술대 위에 올라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그 수술 후유증과 회복 기간이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 된다는 걸 주변에서 여럿 봤습니다. 조금이라도 신호가 오면 부끄러워 말고 대장항문외과를 찾아가는 용기가 최선의 치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치질이랑 치핵이랑 다른 건가요?
A. 일반적으로 같은 의미로 쓰입니다. 의학적으로는 '치핵'이 정확한 명칭이고, 치질은 항문 질환 전반을 통칭하는 표현으로 쓰이다 보니 혼용되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둘이 다른 병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치핵이 치질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입니다.
Q. 치핵 수술하면 재발 안 하나요?
A. 수술 자체는 치핵 조직을 제거하는 근본적인 방법이지만, 배변 습관이나 생활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재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제가 아버지 수술을 권해드리려다 조사해보니 재발 사례가 생각보다 많아서 결국 습관 개선을 먼저 권해드렸습니다. 수술 이후에도 섬유질 섭취, 좌욕, 올바른 배변 습관 유지는 필수입니다.
Q. 좌욕은 어떻게 하는 게 맞나요?
A. 40도 안팎의 따뜻한 물을 대야에 받아 항문 부위를 10~15분 정도 담그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하루 2~3회, 특히 배변 후에 꾸준히 해주면 항문 주위 혈관의 긴장이 풀리고 혈액 순환이 좋아집니다. 아버지도 따뜻하게 찜질하면 한결 낫다고 하셨는데, 그 원리가 바로 좌욕과 같습니다.
Q. 배변 시 피가 나오면 무조건 치핵인가요?
A. 치핵의 가장 흔한 증상이 출혈이긴 하지만, 배변 시 출혈이 있다고 무조건 치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50세 이상이라면 대장암이나 직장암에 의한 출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대장항문외과를 방문해 직장 수지 검사나 대장 내시경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결론
아버지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느낀 건, 치핵은 부끄러운 병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생활 습관 질환이라는 겁니다. 말 못 하고 혼자 끙끙 앓다가 악화되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화장실에는 딱 5분, 섬유질과 충분한 수분 섭취, 매일 따뜻한 좌욕이라는 작은 습관들이 쌓이면 치핵을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신호가 오면 부끄러워 말고 곧장 대장항문외과를 찾아가시길 권합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 없이도 잡을 수 있는 병이고, 치핵은 적합한 치료를 받으면 완치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더 이상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됩니다.
참고: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17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