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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3명은 고혈압 환자입니다.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입원 환자의 70~80%가 고혈압을 달고 있는 걸 실감하는데, 이번 건강검진에서 제 혈압이 120/80이 나왔을 때 솔직히 좀 당황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정상 경계선인데, 검진 결과지에는 '고혈압 위험' 표시가 뜨더라고요. 그때부터 고혈압을 제대로 짚어봐야겠다 싶었습니다.
고혈압, 왜 이렇게 흔해졌을까 — 배경과 원인
대한고혈압학회 기준으로 수축기 혈압 120mmHg 미만, 확장기 혈압 80mmHg 미만이 정상입니다. 그런데 수축기 혈압이 120~139mmHg 사이로만 올라가도 고혈압 전 단계로 분류됩니다. 제가 딱 그 경계에 걸린 셈이었죠. 수치 하나 차이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구간에서 이미 혈관은 조금씩 부담을 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고혈압의 90% 이상은 본태성 고혈압(essential hypertension)입니다. 여기서 본태성이란, 특정 질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유전·생활습관·환경 등 복합 요인이 쌓여 혈압이 높아진 상태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원인 하나를 딱 짚을 수 없다는 뜻이죠. 나머지 5~10%는 이차성 고혈압(secondary hypertension)으로,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나 쿠싱병, 신혈관 이상처럼 원인 질환이 명확합니다. 이 경우는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혈압도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 특히 젊은 나이에 고혈압이 생겼다면 이차성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제 남자친구가 30대인데 신장 수치 때문에 약을 먹는다고 해서 들어봤더니 혈압약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설마 30대에?"라고 생각했는데, 고혈압 유발 요인을 보면 납득이 됩니다. 유전적 가족력이 가장 큰 요인이고, 그 외에도 흡연, 비만, 나트륨 과잉 섭취, 운동 부족, 만성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성별 요인도 있는데, 남성과 폐경 이후 여성에게서 발생률이 높습니다. 경구 피임약도 혈압을 높이는 약물 요인 중 하나로 분류되는 걸 보고 저도 좀 놀랐습니다. 피임약이 혈압과 연관이 있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거든요.
- 유전적 가족력: 가장 흔한 위험 요인
- 식사 요인: 나트륨·지방·알코올 과잉 섭취, 칼륨·마그네슘·칼슘 부족
- 약물 요인: 경구 피임약, 항염제, 식욕억제제 등
- 생활습관: 흡연, 운동 부족, 만성 스트레스
- 성별·나이: 남성, 폐경 이후 여성, 60세 이상 노년층
'소리 없는 악마'가 맞다 — 위험 신호와 합병증
고혈압을 '소리 없는 죽음의 악마'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있더라도 두통·어지럼·피로감처럼 다른 원인으로 넘기기 쉬운 것들입니다. 제가 병원에서 보면 "혈압이 이렇게 높은지 몰랐어요"라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검사하다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거죠.
흔히 "목덜미가 뻣뻣하면 혈압이 높은 것"이라고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목을 경직시키고 그로 인해 혈압이 오르는 방향인 경우가 많습니다. 두통도 마찬가지입니다. 혈압이 두통을 만드는 게 아니라, 두통 때문에 혈압이 올라가는 방향이 더 일반적입니다. 이 둘을 혼동하면 정작 두통 원인은 놔두고 혈압만 잡으려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진짜 위험한 건 증상이 없는 동안 혈관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고혈압이 지속되면 죽상경화(atherosclerosis)가 진행됩니다. 죽상경화란 혈관 벽이 손상된 자리에 혈소판과 백혈구가 쌓이면서 혈관 내부가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현상입니다. 이것이 심근경색·협심증·뇌졸중으로 이어지는 경로입니다. 실제로 뇌졸중 환자의 약 80%에서 고혈압이 확인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출처: 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
고혈압·당뇨로 직접 사망했다는 말을 듣기 어려운 건, 이 질환들이 직접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 심부전·신부전·뇌출혈 같은 합병증을 통해 서서히 장기를 망가뜨리기 때문입니다. 위험한 병에 걸렸다는 실감이 없으니 관리도 느슨해지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 예방 관리
고혈압 전 단계라면 약 없이도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혈압을 정상 범위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가이드라인에서도 고혈압 전 단계에서는 비약물적 요법을 먼저 권장합니다. 체중 조절이 가장 효과가 큰 단일 요인으로 꼽힙니다. 과체중·비만 환자가 체중을 줄이면 혈압 강하 효과뿐 아니라 이후 약물 요법의 효율도 높아진다는 점에서 투자 대비 효과가 가장 높은 방법입니다.
나트륨 제한도 중요합니다. 저도 병원 일 특성상 불규칙하게 먹다 보면 나트륨 섭취가 늘어나는 걸 느끼는데, 실천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외식 빈도를 줄이고 국물 음식을 덜 먹는 것만으로도 꽤 차이가 납니다. 운동은 귀찮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안 하면 체력이 떨어지고, 체력이 떨어지면 스트레스에 더 취약해진다"는 걸 떠올립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먼저 끊는 쪽이 운동이라는 거죠.
이미 고혈압으로 진단받았다면 반드시 약물 치료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레닌-안지오텐신 기전(renin-angiotensin system)을 차단하는 ACE 차단제 계열이 대표적인 혈압약인데, 여기서 레닌-안지오텐신 기전이란 신장에서 분비된 물질이 연쇄적으로 혈관을 수축시키는 체내 압력 조절 시스템을 말합니다. 이 기전을 억제해서 혈관 수축을 완화하는 것이 ACE 차단제의 원리입니다. 복용 초기에 마른기침이나 두통, 어지럼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 2주 안에 사라지므로 바로 복약을 중단하기보다는 담당 의사와 상의하는 편이 좋습니다. 혈압 진단의 가장 정확한 방법은 24시간 보행 혈압 감시 검사로, 하루 평균 수축기 135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95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확정합니다(출처: 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
자주 묻는 질문
Q. 혈압이 120/80인데 왜 고혈압 위험이라고 나오나요?
A. 수축기 혈압 120~139mmHg 또는 확장기 혈압 80~89mmHg 구간은 '고혈압 전 단계'로 분류됩니다. 정상은 아니지만 고혈압 확진도 아닌 경계 구간으로, 이 단계에서 생활습관을 교정하면 정상 혈압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검진 결과지가 경고를 띄우는 건 그만큼 미리 관리하라는 신호입니다.
Q. 30대인데 혈압약을 먹어야 한다고 하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
A. 본태성 고혈압이라면 완치보다는 지속적 관리가 목표라 장기 복용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젊은 나이의 고혈압은 이차성 고혈압일 가능성도 있어, 신혈관 이상이나 내분비 질환 등 원인 질환이 없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인 질환이 있다면 그것을 치료해서 혈압약 복용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도 있습니다.
Q. 혈압약 먹고 기침이 계속 나는데 정상인가요?
A. ACE 차단제 계열 혈압약의 대표적인 부작용이 마른기침입니다. 모든 환자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복용 후 기침이 생겼다면 약물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증상이 불편할 정도라면 담당 의사와 상의해 ARB 계열 등 다른 기전의 약으로 교체하는 것을 고려해 보시길 권합니다.
Q. 목이 뻣뻣하면 혈압이 높은 건가요?
A. 목 뻣뻣함과 고혈압을 직접 연결하는 건 흔한 오해입니다. 실제로는 스트레스나 근육 긴장이 목을 경직시키고, 그 결과로 혈압이 오르는 방향이 더 일반적입니다. 목이 불편하다면 혈압보다 스트레스·자세·근육 원인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맞습니다.
Q. 혈압은 집에서 어떻게 정확하게 재야 하나요?
A. 앉은 자세에서 5분 이상 안정을 취한 뒤, 왼쪽 팔을 심장 높이에 두고 측정합니다. 측정 30분 전에는 카페인이나 흡연을 피해야 하고, 2분 간격으로 2회 측정해 평균값을 기록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두 측정값이 5mmHg 이상 차이 나면 한 번 더 재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고혈압이 무서운 건 아프지 않아서입니다. 당장 죽을 것 같지 않으니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그 사이 혈관과 장기는 조용히 손상됩니다. 제가 입원 환자들을 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경우가 "몰랐다"거나 "알았는데 그냥 뒀다"는 분들입니다.
지금 혈압이 경계 수치에 걸려 있다면, 운동이 귀찮더라도 짧게라도 몸을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짜게 먹는 습관 하나를 줄이는 것도 충분한 첫걸음입니다. 이미 고혈압 진단을 받으셨다면 약을 임의로 끊거나 조절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면서 담당 의사와 함께 관리해 나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